그리움은 말랑말랑하다

2003.08.12 18:59

장태숙 조회 수:340 추천:27

그리움이란 말은 말랑말랑하다
보름달을 손끝으로 만지는 것 같다

'그리움'
하고 발음하면
목젖 가득 밀가루 반죽 같은 것이
미끈하게 부풀어오른다

혀를 밀치고
입술사이를 뚫고 나와
내 온 몸과 의식마저 감싸면
없는 내가 둥실 떠올라
내 속의 따뜻한 내가

그 말랑말랑한 힘 속에
은은한 빛 속에
부드러운 감촉 속에
보이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들리는 것들
들리지 않는 것들

'그리움'
하고 발음하면 말랑말랑하다
보름달을 손끝으로 만지는 것 같다.


- 2003년 우이시 8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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