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시냇가

2003.09.11 05:40

장태숙 조회 수:332 추천:26

달빛계곡 사이
꿈틀꿈틀 기어가는 흰 뱀 같은 시냇물
하얀 몸 뒤척이며
부드럽게 밀고 갑니다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생(生)처럼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이
돌돌돌
눈시울 깊게 흐릅니다
얼마나 오래 흐르고 흐르면
바닥에 감춰 둔 하얀 모래 닮은
정갈한 마음 하나 건질 수 있을까요?
가장 낮은 포복으로
배를 미는 그대
어둠 속에서도 투명한 노래를 부릅니다
먼 하늘 흐르던 별똥별
소망을 말하기도 전에
첨벙첨벙
깨끗한 눈물처럼 수면으로 뛰어들고
세상의 더위에 지친 내 벗은 발
서늘한 그대 숨결 속에 씻깁니다
씻고 또 씻어내도
씻을 것이 있었습니다
물풀같이 온 몸을 휘감던 달빛조차
그대 투명한 노랫소리에
긴 머리채를 헹궈내는
그런 한 여름밤입니다

- 우이시 9월호(2003년)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 장태숙 2005.03.28 375
25 4월, 성산포 앞 바다 장태숙 2003.05.06 375
24 가을나팔꽃 2. - 여자 - 장태숙 2003.12.12 370
23 진달래 꽃들 일제히 나를 보았네 장태숙 2003.05.06 366
22 장태숙 2003.02.06 361
21 희망 장태숙 2003.06.17 358
20 늦가을 저녁무렵 장태숙 2005.01.06 355
19 견딘다는 것은 장태숙 2005.05.10 354
18 당신에게 갑니다 장태숙 2003.11.12 353
17 야니(Yanny) 장태숙 2003.04.26 348
16 공작선인장 장태숙 2003.03.16 343
15 11월의 바다 장태숙 2003.02.08 342
14 낯익은, 그러나 낯선 장태숙 2003.11.12 340
13 그리움은 말랑말랑하다 장태숙 2003.08.12 340
12 지금 나는 수혈이 필요하다 장태숙 2005.01.04 332
» 한 여름밤의 시냇가 장태숙 2003.09.11 332
10 4월, 그 사랑에는 장태숙 2003.03.05 327
9 정리(整理) 장태숙 2003.11.17 318
8 자목련 장태숙 2003.03.22 313
7 원시림에 나를 묻다 장태숙 2003.07.08 311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