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쿨러

2003.09.11 05:44

장태숙 조회 수:298 추천:28

쟁쟁한 한낮의 폭력
버텨 온 생애가
무릎 꿇듯 비틀거릴 때
혼미한 초목들
기다렸을 것이다
미세한 물방울들의 힘
이제 막 눈뜨듯
굳게 닫힌 빗장 푸는 저 물살소리
공중으로 분수처럼 쏟아내는 욕망이다
격렬한 가슴에서 뿜어내는 사랑이다
깜깜한 어둠 속 엎디어
갈증의 무게를 견뎌냈을 뿌리의 고통
촘촘히 스며들어
휘청이는 허리 올곧게 세우는
진액 같은 물의 영혼
내 오랫동안 폐허로 남은 상흔 속에도
시든 물관 하나 남았던가?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핏줄 속에
막혔던 길들을 이어본다
비록 다 젖지 못할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 우이시 9월호(2003년)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 정전 장태숙 2003.03.05 292
125 황토 장태숙 2003.10.22 293
124 늦가을, 살구나무와 비 장태숙 2003.02.08 296
» 스프링쿨러 장태숙 2003.09.11 298
122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장태숙 2003.02.07 300
121 나무들은 무엇으로 버틸까? 장태숙 2003.08.12 300
120 원시림에 나를 묻다 장태숙 2003.07.08 311
119 자목련 장태숙 2003.03.22 313
118 정리(整理) 장태숙 2003.11.17 318
117 4월, 그 사랑에는 장태숙 2003.03.05 327
116 한 여름밤의 시냇가 장태숙 2003.09.11 332
115 지금 나는 수혈이 필요하다 장태숙 2005.01.04 332
114 그리움은 말랑말랑하다 장태숙 2003.08.12 340
113 낯익은, 그러나 낯선 장태숙 2003.11.12 340
112 11월의 바다 장태숙 2003.02.08 342
111 공작선인장 장태숙 2003.03.16 343
110 야니(Yanny) 장태숙 2003.04.26 348
109 당신에게 갑니다 장태숙 2003.11.12 353
108 견딘다는 것은 장태숙 2005.05.10 354
107 늦가을 저녁무렵 장태숙 2005.01.06 355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