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쿨러

2003.09.11 05:44

장태숙 조회 수:298 추천:28

쟁쟁한 한낮의 폭력
버텨 온 생애가
무릎 꿇듯 비틀거릴 때
혼미한 초목들
기다렸을 것이다
미세한 물방울들의 힘
이제 막 눈뜨듯
굳게 닫힌 빗장 푸는 저 물살소리
공중으로 분수처럼 쏟아내는 욕망이다
격렬한 가슴에서 뿜어내는 사랑이다
깜깜한 어둠 속 엎디어
갈증의 무게를 견뎌냈을 뿌리의 고통
촘촘히 스며들어
휘청이는 허리 올곧게 세우는
진액 같은 물의 영혼
내 오랫동안 폐허로 남은 상흔 속에도
시든 물관 하나 남았던가?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핏줄 속에
막혔던 길들을 이어본다
비록 다 젖지 못할
짧은 순간이라 할지라도

- 우이시 9월호(200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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