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2003.09.11 05:56

장태숙 조회 수:459 추천:25

한인타운 한국마켙에서 사온
순대를 먹는다
밀려드는 허기는 추억이다
타원형으로 나란히 썰려진 세월들이 씹히며
눈물을 만들고
나는 잠시 먹먹하다
내 기억의 양념들
적당히 버무려 추억의 자루에 꼭꼭 채우는 동안
몸부림치던 피톨들
재 속의 불씨처럼 가만히 숨 죽였으리라
뜨거운 김 속에서 붉게 익어 갈 때쯤
그들은 알았을까?
쌍문동 시장골목 순대국 집과
내 유년의 어머니 시장바구니 속 순대
팽창한 호스에서 쏟아져 나온 물줄기처럼
아직도 팽팽하다는 것을
목으로 넘겨지지 않는 날 선 시간들
썩둑썩둑 잘라내어
맑은 눈물과 함께 밀어 넣는다
어느새 따뜻하게 일궈지는 불빛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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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메모 -

어떤 사물을 대할 때 그 사물에 각인 된 추억이 떠오르면 숙연해진다.
소세지가 익숙한 나라에서 우리의 순대를 씹는다.
그건 먹는 일이 아니라 그리움을 삼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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