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2003.10.22 21:52

장태숙 조회 수:293 추천:22

몸에 좋다는 그 방에 들어섰을 때
소나기 내리던 날의 비릿한 냄새가 났다
온통 누런 방

고향집 대청마루 깍짓손 베개 삼아 누워 바라보던 높은 서까래, 두 개의 사다리처럼 중심을 향해 일렬횡대로 드러누운 통나무들 사이 황토들의 수런거림, 미장이 손길이 투박하게 남아있는

호남평야나 김제평야 그 너른 곳에서 영문 모른 채 실려왔을 저들 태평양 건너 올 땐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낯선 곳 두 눈 휘둥그레 뜨고 바라보았을 신대륙, 하얀 가운 사이 흘깃 보이는 검은 여자 흰 여자들의 미끈한 살결과 그 살결들의 웃음소리

벌레 기어가듯 스멀스멀 벌어진 상처들
고스란히 꺼내놓은 내장처럼 쏟아 보이며 아직도 두리번거리는
저 낯익은 우리들의 황토!



시작메모;

낯선 땅에서 우리 것을 만나는 것은 반가움인 동시에 아련한 슬픔이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 지 모르겠다.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어울리지 않는 곳에 옮겨 진 느낌이다.
나도 어울리지 않는 곳에 옮겨졌다는 생각이 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어느 코요테의 노래 장태숙 2005.01.15 431
45 글에 대한 얘기 장태숙 2003.02.28 431
44 파도타기 장태숙 2006.09.02 416
43 보수공사 장태숙 2006.02.24 416
42 고요 속의 파문 장태숙 2005.01.06 416
41 서늘한 그날의 슬픔에 대하여 장태숙 2003.11.17 415
40 물의 길 장태숙 2006.06.16 410
39 활화산 장태숙 2006.06.16 409
38 어둠 밟고 올라서는 새벽향기 - 블루 마운틴 커피 - 장태숙 2005.09.11 402
37 주차장에서 장태숙 2004.10.27 401
36 내 안의 봄빛 장태숙 2005.05.06 400
35 화장(火葬) 장태숙 2005.08.25 399
34 치통 장태숙 2005.05.26 392
33 만월 장태숙 2003.06.02 392
32 샌드위치 장태숙 2004.09.07 390
31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장태숙 2005.02.21 389
30 가벼운 집 장태숙 2004.10.05 386
29 풍차 장태숙 2003.06.27 386
28 그 새들의 행방을 묻는다 장태숙 2003.07.08 383
27 그녀가 운다 장태숙 2005.03.28 38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