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갑니다
2003.11.12 10:32
당신에게 갑니다
키 작은 가로등보다 더 환히 불 켠 코스모스 길 따라
당신의 야윈 어깨같이 가냘픈 꽃줄기
가을볕 찬바람 속에 껑충 자라버린 큰 키, 드러난 빨간 맨다리가
그리움만큼이나 시립니다
차마 꺾을 수 없는 것을
'미안해, 미안해' 얼굴 붉히며 질끈 분지릅니다
한 뼘도 못되는 가벼운 양심, 체증처럼 얹혀 무겁지만
당신 젊을 적 향긋하게 번져가던 분내의 아련함과
꽃보다 더 환하게 웃어 줄 뭉클한 주름살
생각이 먼저 고향집에 가 닿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 온 딸아이의 손에 쥐어진 작은 들꽃
내게 내밀던 그 손이 전해 준
따뜻한 날의 빛줄기를 기억합니다
가슴에 전류처럼 흐르던
오늘 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이 벅차고
당신에게 건네 줄 한 묶음의 즐거움이 별빛처럼, 장작불처럼
훈훈합니다.
- 우이시 2003년 11월호 -
키 작은 가로등보다 더 환히 불 켠 코스모스 길 따라
당신의 야윈 어깨같이 가냘픈 꽃줄기
가을볕 찬바람 속에 껑충 자라버린 큰 키, 드러난 빨간 맨다리가
그리움만큼이나 시립니다
차마 꺾을 수 없는 것을
'미안해, 미안해' 얼굴 붉히며 질끈 분지릅니다
한 뼘도 못되는 가벼운 양심, 체증처럼 얹혀 무겁지만
당신 젊을 적 향긋하게 번져가던 분내의 아련함과
꽃보다 더 환하게 웃어 줄 뭉클한 주름살
생각이 먼저 고향집에 가 닿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 온 딸아이의 손에 쥐어진 작은 들꽃
내게 내밀던 그 손이 전해 준
따뜻한 날의 빛줄기를 기억합니다
가슴에 전류처럼 흐르던
오늘 나는 당신에게 가는 길이 벅차고
당신에게 건네 줄 한 묶음의 즐거움이 별빛처럼, 장작불처럼
훈훈합니다.
- 우이시 2003년 1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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