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整理)

2003.11.17 10:19

장태숙 조회 수:318 추천:32

한 생을 살면서
나 너무 많은 것을 가졌나?

허기를 면치 못한
내 영혼의 어둔 그늘
파지의 구겨짐 속에 되살아나고
이부자리 네 귀퉁이 팽팽히 잡아당겨
내 흔적의 주름들을 편다
컴퓨터를 끄고
오랫동안 펼쳐 진 책장을 덮는
이 측은한 마음
볼펜과 찻잔과 잡동사니들
제 자리 찾아 보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처럼
내 삶이 부려 논 것들을 치우는
먼 길 떠나는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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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메모 -

한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 많은 것이 필요하다.
숟가락과 그릇과 이불과 옷가지들...
문득 잠시 집을 비울 때에도 이 어지러운 것들을 둘러본다.
태어날 때도 빈손이었고 이승을 떠날 때에도 빈손으로 가는데...
어느 시점, 어느 모퉁이에서 멈출 지 알 수 없는 이승의 생.
그때그때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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