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팔꽃 2. - 여자 -

2003.12.12 16:51

장태숙 조회 수:370 추천:50

이 가을,
말라 떨어지는 것이 어디 낙엽뿐이겠습니까?

찬바람 쓰린 아침
세상의 전선줄 칭칭 휘감은 삭은 손가락
또 하나 사르르 떨어집니다
기막히게 푸른 하늘엔
부표처럼 떠돌던 지난 눈물들
생생한 강물처럼 출렁이고
내장까지 푸른 여자
다 자란 아이 허망히 보냈을 때에도
청 보라 짙은 빛깔,
시퍼런 불꽃처럼 망막 속 한없이 타올랐지요
손톱에 피맺히도록 담벼락 기어오르던 날도
입 안 가득 거미줄 엉켜 있던 날도
내장까지 푸른 여자
몸 속에서 검고 단단한 별이 자라고 있어요

세상 내려놓는 날
그 별, 까맣게 까맣게 반짝이겠지요.

- 우이시 2003년 12월호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6 어느 코요테의 노래 장태숙 2005.01.15 431
45 글에 대한 얘기 장태숙 2003.02.28 431
44 파도타기 장태숙 2006.09.02 416
43 보수공사 장태숙 2006.02.24 416
42 고요 속의 파문 장태숙 2005.01.06 416
41 서늘한 그날의 슬픔에 대하여 장태숙 2003.11.17 415
40 물의 길 장태숙 2006.06.16 410
39 활화산 장태숙 2006.06.16 409
38 어둠 밟고 올라서는 새벽향기 - 블루 마운틴 커피 - 장태숙 2005.09.11 402
37 주차장에서 장태숙 2004.10.27 401
36 내 안의 봄빛 장태숙 2005.05.06 400
35 화장(火葬) 장태숙 2005.08.25 399
34 치통 장태숙 2005.05.26 392
33 만월 장태숙 2003.06.02 392
32 샌드위치 장태숙 2004.09.07 390
31 생애 단 한 번의 여행 장태숙 2005.02.21 389
30 가벼운 집 장태숙 2004.10.05 386
29 풍차 장태숙 2003.06.27 386
28 그 새들의 행방을 묻는다 장태숙 2003.07.08 383
27 그녀가 운다 장태숙 2005.03.28 380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