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팔꽃 2. - 여자 -

2003.12.12 16:51

장태숙 조회 수:370 추천:50

이 가을,
말라 떨어지는 것이 어디 낙엽뿐이겠습니까?

찬바람 쓰린 아침
세상의 전선줄 칭칭 휘감은 삭은 손가락
또 하나 사르르 떨어집니다
기막히게 푸른 하늘엔
부표처럼 떠돌던 지난 눈물들
생생한 강물처럼 출렁이고
내장까지 푸른 여자
다 자란 아이 허망히 보냈을 때에도
청 보라 짙은 빛깔,
시퍼런 불꽃처럼 망막 속 한없이 타올랐지요
손톱에 피맺히도록 담벼락 기어오르던 날도
입 안 가득 거미줄 엉켜 있던 날도
내장까지 푸른 여자
몸 속에서 검고 단단한 별이 자라고 있어요

세상 내려놓는 날
그 별, 까맣게 까맣게 반짝이겠지요.

- 우이시 2003년 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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