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2004.09.07 04:51
샌드위치
장태숙
먼 곳까지 와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침식탁에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앉은
샌드위치와 시금치 된장국
버터 뒤집어 쓴 아이의 빵 조각이
프라이 팬 위에서 선탠 하는 동안
남해바다 헤엄치던 남편의 멸치 몇 마리
된장 녹아 든 냄비 속에서 뜨겁게 휘돌았습니다
바삭거리는 갈색 살결과 살결 사이
마요네즈 뒤섞인 샐러드가 끼어 들고
예리한 칼날 세례에 두 동강이 날 때
고향 집 텃밭 일렁이던 시금치 한 줌
머리채 잡혀 끓는 물 속에 익사했습니다
시퍼런 투명이 팔팔 떠오른 아침
마음의 빗장도 함께 엽니다
이곳에 익숙한 버터는 빵 조각을 먹고
고향에 익숙한 멸치는 된장국을 먹습니다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위장을 긁어대는 날마다
버터와 멸치 사이
빵 조각과 된장국 사이
샌드위치처럼 내가 끼어 있습니다
- 우이시 2004년 9월호 수록 -
장태숙
먼 곳까지 와서도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침식탁에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앉은
샌드위치와 시금치 된장국
버터 뒤집어 쓴 아이의 빵 조각이
프라이 팬 위에서 선탠 하는 동안
남해바다 헤엄치던 남편의 멸치 몇 마리
된장 녹아 든 냄비 속에서 뜨겁게 휘돌았습니다
바삭거리는 갈색 살결과 살결 사이
마요네즈 뒤섞인 샐러드가 끼어 들고
예리한 칼날 세례에 두 동강이 날 때
고향 집 텃밭 일렁이던 시금치 한 줌
머리채 잡혀 끓는 물 속에 익사했습니다
시퍼런 투명이 팔팔 떠오른 아침
마음의 빗장도 함께 엽니다
이곳에 익숙한 버터는 빵 조각을 먹고
고향에 익숙한 멸치는 된장국을 먹습니다
버려지지 않는 것들이 위장을 긁어대는 날마다
버터와 멸치 사이
빵 조각과 된장국 사이
샌드위치처럼 내가 끼어 있습니다
- 우이시 2004년 9월호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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