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저녁무렵
2005.01.06 08:17
늦가을 저녁무렵
장태숙
텅 빈 산길,
까마귀 날아드는 차선과 차선 사이
자동차 바퀴자국처럼 선혈 낭자하게 짓이겨진
검붉은 살덩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찢겨진 고통이 처참하게 고여있다
견딜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삶
어둔 지상에서 배회했을 슬픔들이
뭉클뭉클 쏟아내는 울음을 배경으로
까마귀 서너 마리
탐욕의 눈알 번뜩이며 아찔하게 내려오는
음산한 가을날 저녁
이미 끊어진 숨통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명줄이거나
이승의 애착 눈물겨워
소등(消燈)하지 못하는 육신
비록 허물어진 자가 영혼까지 허물어지지 않듯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털끝 세워 노려보는 적의이다
축축한 생명의 끝에서
혼신의 힘으로 곤두세워 보는 본능이다
마음의 주름 켜켜로 쌓여있는 기억처럼
육탈한 영혼의 눈동자가
아프게 걸리는 능선의 노을
노란 단풍 몇 잎 스며들어
조등(弔燈)으로 펄럭이고
쏜살같이 비껴 가는 자동차 꽁무니에 매달린
가을날 파편 하나
유골항아리처럼 굴러간다
장태숙
텅 빈 산길,
까마귀 날아드는 차선과 차선 사이
자동차 바퀴자국처럼 선혈 낭자하게 짓이겨진
검붉은 살덩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찢겨진 고통이 처참하게 고여있다
견딜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삶
어둔 지상에서 배회했을 슬픔들이
뭉클뭉클 쏟아내는 울음을 배경으로
까마귀 서너 마리
탐욕의 눈알 번뜩이며 아찔하게 내려오는
음산한 가을날 저녁
이미 끊어진 숨통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명줄이거나
이승의 애착 눈물겨워
소등(消燈)하지 못하는 육신
비록 허물어진 자가 영혼까지 허물어지지 않듯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털끝 세워 노려보는 적의이다
축축한 생명의 끝에서
혼신의 힘으로 곤두세워 보는 본능이다
마음의 주름 켜켜로 쌓여있는 기억처럼
육탈한 영혼의 눈동자가
아프게 걸리는 능선의 노을
노란 단풍 몇 잎 스며들어
조등(弔燈)으로 펄럭이고
쏜살같이 비껴 가는 자동차 꽁무니에 매달린
가을날 파편 하나
유골항아리처럼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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