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는 것은

2005.05.10 16:39

장태숙 조회 수:354 추천:25

견딘다는 것은
                  

오랜 폭우 그친 날 산에 올랐다

살점 떨어져 나간 절벽 아슬히 붙들고
위태롭게 견디는 상수리나무
벌거벗은 몸으로 끌려나온 뿌리가
햇빛 속에서 경련을 일으킨다
온갖 줄에 매달려 생명을 부지하는 중환자처럼
애처로운 한 생이 창백하다

내려놓을 수 없는 희망이란 얼마나 눈물겨운가

허공에 늘어진 핏줄들 하얗게 말라가고
지친 눈망울이 침식되어 간다
명주실 가닥 드리운 슬픔 자락들
신산(辛酸)한 시간을 지나는 바람의 발꿈치에 채이고
흙 속에 남은 뼈마디마다 음울한 울음 잦아든다
누추한 삶의 정수리
악착같이 움켜쥐고 있는 저 가엾은 상수리나무

견딘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아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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