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傷痕)

2005.06.09 04:13

장태숙 조회 수:482 추천:33

  상흔(傷痕)
                  

어머니 배꼽으로 흐르는
동란의 흔적
오십 년 넘은 세월에도
그 기억 환해서
돌멩이 씹듯 시큰거리는데

어머니의 어머니 황해도 고향 땅에 남기고 황급히 떠난 밤길, 그것이 이승의 마지막이란 걸 알았더라면 매선 겨울바람 눈가를 적시던 까닭을 눈치라도 챘으련만, 어머니의 어머니 어둠 속에서 흰 점 하나로 남을 때까지 지켜보고 계셨네, 손 흔들고 계셨네

밤새 탐욕의 폭죽처럼 터지던 요란한 꽃잎들의 행렬,  여린 살 총알에 관통되어 핏물로 짓이겨질 때  바그다드의 어린 소녀처럼 어머니, 눈물조차 흘리지 못했네

그리움과 기다림의 한 생애, 포화 속 도시처럼 흙먼지 뽀얗게 일었네 속울음 불같이 솟아올라 뼈마다 까맣게 그을렸네

어머니
전설의 고향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시네
먼 훗날
바그다드의 그 소녀
자식, 손자 병풍처럼 앉히고
전설처럼 나직나직 이야기 들려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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