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휴식
2006.08.14 10:45
아름다운 휴식
산모퉁이 풀숲
아침안개의 젖은 옷깃 스치고 간 자리
축축한 네 개의 동그란 발들 풀숲에 묻고
말간 얼굴로 깨어나는 쇼핑카트 하나
도대체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누가 이 깊은 산 속에 방치했을까
어느 마트 매장에서 일생을 벗어나지 못했을
손과 손에 붙들려 무거운 일용품 끌어안고
힘들었을 그의 생애를 떠올린다
일상을 탈출한 자의 평온한 미소와
직무 박탈당한 퇴직자의 암울한 눈빛이
겹쳐지는 어느 지점
바람이 나뭇잎 물결을 일으킨다
안간힘 쓰듯 이슬방울 촘촘히 돋아난 뼈 마디마디
산 위에서 굴러 내려 온 여린 햇살이
가만히 다가와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준다
아직 용도폐기 상태가 아닌 온전한 쇼핑카트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처럼
삶의 짐 잠시 부려놓고 쉬고 있는 걸까
지난 밤 꿈 속 되짚어 가는 지
세상 등 진 산속휴식 어색하기만 한지
가끔 구름 한 올 잡아당겨 가슴에 담기도 하고
하늘 가르고 나는 새들에게 마음 주기도 한다
다시 어느 손에 붙들려 세상으로 환속될 지라도
그래서 다시 곤고한 노동의 생을 살지라도
지금 녹슬듯 늙어가는 하루하루가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산모퉁이 풀숲
아침안개의 젖은 옷깃 스치고 간 자리
축축한 네 개의 동그란 발들 풀숲에 묻고
말간 얼굴로 깨어나는 쇼핑카트 하나
도대체 그것이 왜 그곳에 있는 지 알 길이 없다
누가 이 깊은 산 속에 방치했을까
어느 마트 매장에서 일생을 벗어나지 못했을
손과 손에 붙들려 무거운 일용품 끌어안고
힘들었을 그의 생애를 떠올린다
일상을 탈출한 자의 평온한 미소와
직무 박탈당한 퇴직자의 암울한 눈빛이
겹쳐지는 어느 지점
바람이 나뭇잎 물결을 일으킨다
안간힘 쓰듯 이슬방울 촘촘히 돋아난 뼈 마디마디
산 위에서 굴러 내려 온 여린 햇살이
가만히 다가와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준다
아직 용도폐기 상태가 아닌 온전한 쇼핑카트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문구처럼
삶의 짐 잠시 부려놓고 쉬고 있는 걸까
지난 밤 꿈 속 되짚어 가는 지
세상 등 진 산속휴식 어색하기만 한지
가끔 구름 한 올 잡아당겨 가슴에 담기도 하고
하늘 가르고 나는 새들에게 마음 주기도 한다
다시 어느 손에 붙들려 세상으로 환속될 지라도
그래서 다시 곤고한 노동의 생을 살지라도
지금 녹슬듯 늙어가는 하루하루가
슬프지만은 않을 것 같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6 | 빛방울, 빗방울, 비 | 장태숙 | 2003.02.15 | 475 |
65 | 소음 | 장태숙 | 2006.07.18 | 465 |
64 | 새벽 한 시 속으로 들어가는 오전 아홉 시 | 장태숙 | 2005.11.11 | 465 |
63 | Re.. 꽃 집어먹던 바람은 몸 밖으로 꽃을 뚝뚝... | 장태숙 | 2003.05.07 | 463 |
62 | 사슴 | 장태숙 | 2006.07.15 | 459 |
61 | 순대 | 장태숙 | 2003.09.11 | 459 |
» | 아름다운 휴식 | 장태숙 | 2006.08.14 | 456 |
59 | 자슈아 파크의 바위 | 장태숙 | 2006.06.05 | 452 |
58 | 투신 (投身) | 장태숙 | 2005.10.22 | 451 |
57 | 약 한 봉지 | 장태숙 | 2005.02.14 | 445 |
56 | 1월 | 장태숙 | 2006.01.18 | 443 |
55 | 부활을 꿈꾸는 | 장태숙 | 2004.07.28 | 441 |
54 | 수술 | 장태숙 | 2005.07.02 | 439 |
53 | 계곡에서의 한낮 | 장태숙 | 2005.09.11 | 438 |
52 | 가을나팔꽃 -손- | 장태숙 | 2003.12.07 | 438 |
51 | 나 또한 그러했네 | 장태숙 | 2004.01.08 | 436 |
50 | 내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 | 장태숙 | 2005.08.25 | 435 |
49 | 매 | 장태숙 | 2005.06.18 | 435 |
48 | 영상편지 | 장태숙 | 2006.10.18 | 431 |
47 | 유리벽 | 장태숙 | 2006.09.25 | 4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