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

2006.09.25 16:26

장태숙 조회 수:431 추천:50

           유리벽
                              

갑자기 ‘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새 한 마리
거실 유리문을 냅다 들이박고 툭. 떨어졌다
구겨진 휴지뭉치처럼

그 무엇이 너의 힘찬 날개 짓을 무력화 시켰을까
거칠 것 없이 사방으로 뻗어 있을 듯한 허공의 길
투명한,
훤히 내보이면서도 완강하게 저지하는 저 유리문!
세상의 길이 되기도 하고
바람 한 줄기 스미지 않는 단절의 벽이 되기도 하는

팔 뻗으면 안과 밖
무시로 들락거릴 것 같은
습관화 된 네 시야의 모순이
착시의 충격으로 스스로를 허물어뜨리고
날개 펼치고도 추락한 너의 생애가
창백하게 비틀거린다.

그곳에 유리문이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미처 깨닫지 못한 너의 실수일 뿐

머리 다친 새 한 마리
내 몸에서 푸드득 빠져나와
어찔어찔 어설프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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