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2006.11.10 11:11
판도라의 상자
장태숙
신화 속 여인이 흰 조각상으로 태어난
헌팅턴 라이브러리 미술 전시관
건물은 상자다
커다란 상자 중앙에 우뚝 서있던 그녀가
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 온 내 앞에 선다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오르듯
한없이 추락하는 눈빛이 멍하다
몽유병 환자처럼 창백한 그늘 드리운
두 손에 들려진 작은 상자
신의 상자를 열며 경악했을 뉘우침은
팽창한 상심이 훑고 간 시퍼런 슬픔이다
호기심이 죄였다
그녀 아닌 그녀 속 목소리
불보다 거대한 힘으로 그녀를 삼켰을 것이다
족쇄에 묶인 채
긴 어둠의 회랑에서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살아 온 후회스런 날들처럼-
안쓰러워 손을 만지자 부서진 그녀가 운다
상자에 떨어진 그녀의 눈물방울
애틋하게 모여서 희망 꽃이 자란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은 아침마다 따뜻한 상자 속에서 잠을 깨고
바퀴 달린 상자를 타고 콘크리트 상자 속으로 출근한다
각각의 상자 속에서 사랑하고 싸우고 절망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아기를 낳고 키운다.
상자 속에서 이승을 마감하고 죽어서도 상자 속에 눕혀진다
벗어 날 수 없는 우리들의 상자들
그 희망의 상자들
장태숙
신화 속 여인이 흰 조각상으로 태어난
헌팅턴 라이브러리 미술 전시관
건물은 상자다
커다란 상자 중앙에 우뚝 서있던 그녀가
상자 속으로 걸어 들어 온 내 앞에 선다
잃어버린 시간을 거슬러 오르듯
한없이 추락하는 눈빛이 멍하다
몽유병 환자처럼 창백한 그늘 드리운
두 손에 들려진 작은 상자
신의 상자를 열며 경악했을 뉘우침은
팽창한 상심이 훑고 간 시퍼런 슬픔이다
호기심이 죄였다
그녀 아닌 그녀 속 목소리
불보다 거대한 힘으로 그녀를 삼켰을 것이다
족쇄에 묶인 채
긴 어둠의 회랑에서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살아 온 후회스런 날들처럼-
안쓰러워 손을 만지자 부서진 그녀가 운다
상자에 떨어진 그녀의 눈물방울
애틋하게 모여서 희망 꽃이 자란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은 아침마다 따뜻한 상자 속에서 잠을 깨고
바퀴 달린 상자를 타고 콘크리트 상자 속으로 출근한다
각각의 상자 속에서 사랑하고 싸우고 절망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으며 아기를 낳고 키운다.
상자 속에서 이승을 마감하고 죽어서도 상자 속에 눕혀진다
벗어 날 수 없는 우리들의 상자들
그 희망의 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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