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移植)

2006.11.16 03:48

장태숙 조회 수:529 추천:56

          이식(移植)
                      

새로 이사한 집
담장 따라 심은 장미나무
가슴에 따뜻한 입김 불어주던 경쾌한 얼굴들이
언제부턴가 우울해졌다
멎은 맥박처럼 웃음 멈춘 장미꽃 봉오리들
까맣게 태운 심장이 딱딱하다
새로 이식한 자리가 버거웠을까
꿈은 희망을 접목하지 못한 채 상실되고
모세혈관들
이민자처럼 뿌리 부풀리며
낯선 흙의 체취 견디려 안간힘을 썼을 것이다
흔적은 아프다
눈길이 닿던 그 웃음의 색깔과 기억까지도-
상처딱지 떼어내듯 가위에 잘려나가는
메마른 꿈들의 잔해
땅에 닿자마자 부서지는 것들이
내 속에 얼얼하다
생명은 희망을 체념하지 못하고
어제가 잘려진 옆구리에 또 다른 희망을 싹 틔우며
잘 벼린 가시의 서슬 높게 치켜뜬다
손 등에 맺힌 핏방울 속으로
새빨간 스칼렛 장미 한 송이  
화악, 피어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6 텃밭 일구기 3. 장태숙 2007.08.14 705
105 텃밭 일구기 2. 장태숙 2007.08.14 707
104 텃밭 일구기 1. 장태숙 2007.08.14 619
103 휴전선 장태숙 2007.06.28 558
102 비상구가 없다 장태숙 2007.06.13 674
101 목련, 그 화사한 미소를 위하여 장태숙 2007.03.30 655
100 금 간 질항아리 장태숙 2007.02.12 620
99 히말라야시다 장태숙 2007.01.27 768
98 순대국 장태숙 2006.12.16 593
97 마른 꽃 장태숙 2006.12.04 571
96 늦가을 장태숙 2006.11.22 583
95 시인의 산문 장태숙 2006.11.22 480
» 이식(移植) 장태숙 2006.11.16 529
93 판도라의 상자 장태숙 2006.11.10 569
92 그리움은 단풍처럼 붉어지고 장태숙 2006.11.07 798
91 점점 지워지는 그림 장태숙 2006.10.22 522
90 영상편지 장태숙 2006.10.18 431
89 유리벽 장태숙 2006.09.25 431
88 파도타기 장태숙 2006.09.02 416
87 아름다운 휴식 장태숙 2006.08.14 456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31,7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