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산문

2006.11.22 03:52

장태숙 조회 수:480 추천:43

* 시인의 산문
                    

이름을 가진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는 이 계절에
누구나 그러하듯이 가을은 마음에서부터 단풍이 드는 것 같다.
눈빛 환한 가을햇볕 한 줌, 손바닥에 얹으면
내 마음처럼 주르륵 손가락 사이로 새어 버릴 것 같은
그 허허로움에 문득 쓸쓸해진다.

계절 감각이 거의 없는 이곳 LA의 건조한 반 사막성 기후에서도
깊어가는 가을의 체취는 피할 수 없나 보다
올 봄에 이사 온 산속에서의 생활이니 더욱 그러하리라
적막과 고요를 가슴에 들어앉히며
산과 나무와 강, 그리고 산으로 접어드는 길을
오래 바라보는 사색의 시간이 길어졌다.
자연이 곧 시(詩)임을 깨닫는 요즈음이다.

열어 논 창문으로 갑자기 날아든 낙엽처럼
때론 오래 전 나를 기억하는 작은 소식 하나에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 우이시 11월 ‘신작특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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