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주소로 가는 지하철

2007.08.14 19:38

장태숙 조회 수:1007 추천:74

   꿈의 주소로 가는 지하철
                              장태숙

1.
빙어 세 마리 한 줄에 엮여 끌려간다.
내장 속까지 훤히 드러낸 채
뱃속엔 각기 다른 색깔 지닌 무표정의 인형들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 손잡이처럼
흔들흔들 찌들인 삶이 흔들린다.
눈빛 마주치면 멋쩍은 미소 흘리며
서로 외면하는 낯 선 이방인 아닌 이방인들
가끔 일어서는 창 밖 풍경에
소박한 꿈 접목하는 사람들과
잠을 덮고 헐거운 생 수선하려는지
바다 속 같은 졸음에 기웃대는 사람들
낡은 하루 뒤적이며 닻 내릴 곳을 가늠한다.

2.
느리게 유영하는 물고기 같은
허름한 군상들을 껴안은 수족관 세 개
한 줄에 묶여 미끄러진다.
고단한 어둠 속 빠져나와 세상으로 떠오르면
꽃잎처럼 펄펄 날리는 햇살들의 세례
때때로 설움 많은 생들을 역에 부려 놓기도 하고
다시 한 무더기
시든 시금치처럼 쳐진 어깨들을 담고
꿈의 주소로 더듬어 간다
우주의 별정거장을 찾아가는 걸까
꿈의 나라에서도 꿈을 찾는 사람들
돌덩이처럼 가슴에 얹고
꽁무니에 매달린 시름의 그림자 털어내며
안간힘으로 달려가는 엘에이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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