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꽃 / 성백군
골 깊은 산 개울가에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빨간 꽃 한 송이 있다
‘꽃이다.’ 하였더니
앞서가는 사람들 돌아보고
뒤따르는 사람들 바라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기고
나에게만 반기는 걸까? 선발된 기사
애인 만나는 기쁨으로 꺾으려 하였더니
바람 불러와 그건 아니라고 도리질한다
비록, 이름 없는 꽃이지만
산속에 있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지만
나마저 없으면 이 산은 꽃 없는 산이 된다고
나처럼, 당신도 그리움만 남기고 눈만 맞추고 가란다
뒤돌아 보는 눈길이, 못내
아쉽고 애잔하여 발걸음 떼기가 힘들지만
세상 언저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있기만 하여도 자리가 빛나는
저런 꽃 같은 사람 되고 싶어
내 그리움에는 오히려 설렘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