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by 이월란 posted Mar 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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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이월란 (2014-12)

 

욕심에 기우뚱, 이사를 해버렸다

오래 버텨낸 둥지를 버리다니

밤하늘이 모두 내려앉은 발코니에서

주머니를 털어 산 야경이 묻고 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누군가 남기고 간

화려한 커튼을 보며 허리가 휘고

나는 또 헌집처럼 늙어갈 것이다

 

나의 새집이 된 누군가의 헌집

이삿짐 속에서 나와 먼저 터를 잡은 것도

내 오랜 가난이었다

 

하늘의 별은 거침없이 내려와

밝은 눈 깜빡이며

땅위의 사연을 듣고 있는데

 

이렇게 발밑에 하늘을 두어도 되나

이렇게 내려다보아도 되나

집을 높인 말년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