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아버지의 관

2003.01.16 05:11

조회 수:395 추천:54

막내와 아버지 관을 고르러 갔다.
이 관? 저 관?
값이 적혀있는 관을 샤핑한다.
"한국사람들은 비싼 나무관을 좋아 하지요."
비싼 관에 넣어 드리면 효도 하는 것 일까?
나무관을 골라놓고 아버지가 골라 놓으신 묘지를
둘러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싼 나무관은 아버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막내야, 다시 가자." 실버관이 눈에 띄인다.
막내와 나 동시에 그 관을 고른다.
미국 처음 오셔서 실버칼라 뷰익을 사셨던 아버지.
낮지도 않을 병, 폐암 치료 하시다 실버칼라 머리 다
빠지시고
실버관에 누우셨네.
시민권에 붙이려던 사진,
실버 프레임에 넣으니 왜 이리 슬퍼보여.
집에 돌어와 사진 상자 뒤집고 찾는다.
싱싱하게 웃는 사진을
왜 육십 평생 시원하게 웃는 사진 하나 없나.
나무관 보다는 쌌던 실버관이
왠지 불효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나무관에 익숙한 한국 어른들이 자식들이 어머니도
안계시다고 왜 아버지 관도
이상한거로 해드리나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되어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내 마음을 아신 아버지
누군가 귓속말로 감탄하는 소리를 듣게 하신다.
"저 관 차~암 멋있다."
멋있는 관에 누우신 아버지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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