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성모 마리아

2003.02.08 11:55

조회 수:283 추천:54

밤새 보채던 두아이
결국은 유행성 감기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문에 들어선다.

작은애를 가슴에 안고
큰애의 손을 잡고
낡은 의자에
엉성하게 앉아
아이들의 약이 조제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칠십도 훨씬 넘은 듯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내 옆에 앉으신다.

할머니가 「아휴! 고놈」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낯가리는 작은애가
얼굴을 획 돌린다.

할머니가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아휴! 애기 엄마가 힘들겠어」
그 말이 왜이리 가슴에 와 닿는가.

「애기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어요」
라고 응석부리듯 얘기한다.
「그렇지. 그래도 그게 다 인생살이야
또 그래야 부모에게도 고마움을 느끼고
그게 없으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치 아가야?」
그 소리에 응어리진 가슴이 풀어지듯
그 할머니 치마폭에 엎드려
갈 수 없는 엄마 산소에 엎드린 것처럼
엉엉 울고 싶어졌다.

나 왜 이렇게 청승 맞아졌을까?

다리에 힘이 없이
절룩거리는 할머니가
그날 나를 지탱할수 있는
성모마리아 같은
사랑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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