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성모 마리아
2003.02.08 11:55
밤새 보채던 두아이
결국은 유행성 감기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문에 들어선다.
작은애를 가슴에 안고
큰애의 손을 잡고
낡은 의자에
엉성하게 앉아
아이들의 약이 조제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칠십도 훨씬 넘은 듯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내 옆에 앉으신다.
할머니가 「아휴! 고놈」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낯가리는 작은애가
얼굴을 획 돌린다.
할머니가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아휴! 애기 엄마가 힘들겠어」
그 말이 왜이리 가슴에 와 닿는가.
「애기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어요」
라고 응석부리듯 얘기한다.
「그렇지. 그래도 그게 다 인생살이야
또 그래야 부모에게도 고마움을 느끼고
그게 없으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치 아가야?」
그 소리에 응어리진 가슴이 풀어지듯
그 할머니 치마폭에 엎드려
갈 수 없는 엄마 산소에 엎드린 것처럼
엉엉 울고 싶어졌다.
나 왜 이렇게 청승 맞아졌을까?
다리에 힘이 없이
절룩거리는 할머니가
그날 나를 지탱할수 있는
성모마리아 같은
사랑을 주었다.
결국은 유행성 감기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문에 들어선다.
작은애를 가슴에 안고
큰애의 손을 잡고
낡은 의자에
엉성하게 앉아
아이들의 약이 조제되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칠십도 훨씬 넘은 듯한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내 옆에 앉으신다.
할머니가 「아휴! 고놈」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낯가리는 작은애가
얼굴을 획 돌린다.
할머니가 두 아이를 번갈아 보며,
「아휴! 애기 엄마가 힘들겠어」
그 말이 왜이리 가슴에 와 닿는가.
「애기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어요」
라고 응석부리듯 얘기한다.
「그렇지. 그래도 그게 다 인생살이야
또 그래야 부모에게도 고마움을 느끼고
그게 없으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치 아가야?」
그 소리에 응어리진 가슴이 풀어지듯
그 할머니 치마폭에 엎드려
갈 수 없는 엄마 산소에 엎드린 것처럼
엉엉 울고 싶어졌다.
나 왜 이렇게 청승 맞아졌을까?
다리에 힘이 없이
절룩거리는 할머니가
그날 나를 지탱할수 있는
성모마리아 같은
사랑을 주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 | Awakening | 2003.02.08 | 293 | |
24 | 여자 | 고현혜(타냐) | 2008.11.27 | 290 |
23 | 요람속의 작은 사람 | 2003.02.08 | 289 | |
22 | 그 방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86 |
21 | [re] 병상일기 1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85 |
20 | [re] 아버지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85 |
» | 할머니 성모 마리아 | 2003.02.08 | 283 | |
18 | 절망의 늪에서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83 |
17 | 병상일기 1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81 |
16 | 사막을 건너는 법 | 고현혜(타냐) | 2008.11.27 | 274 |
15 | 바다 4 | 고현혜(타냐) | 2009.09.02 | 274 |
14 | 어머니의 길 | 2003.02.08 | 268 | |
13 | Scream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65 |
12 | 머물기 | 고현혜(타냐) | 2008.11.27 | 263 |
11 | 언어장벽 | 고현혜(타냐) | 2009.01.26 | 252 |
10 | Heartache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47 |
9 | 무관심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41 |
8 | 가슴앓이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38 |
7 | Apathy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15 |
6 | People in the Kingdom of Beggars | 고현혜(타냐) | 2008.11.19 | 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