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

2003.02.08 12:08

조회 수:540 추천:55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동굴속 같이 안전한 당신의 집
이 새벽, 사냥을 나가는 당신
당신의 아내와 아이가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습니다.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내는 아이와 놀면서도
오늘도 전쟁터에서 처럼 투쟁하는 당신을 위해
간간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한 장의 그림처럼
당신의 아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낮잠을 자고
당신의 아내는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당신의 집은 당신의 작은 천국.
하나님의 은총아래 사랑과 이해
그리고 용서가 베풀어지는 곳.

기쁨과 슬픔속에서도
생을 나누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따뜻한 밥을 함께 먹는 곳.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요즈음 크랜베리 그룹의 음악을 좋아하는 당신의 아내가
그 리듬에 맞추어 분주하게 저녁을 짓고
유모차에 앉아 엄마의 엄마의 움직임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당신의 아이가 있습니다.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온 힘을 다해 일하시는 당신
당신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러나 일 할때가 있으면 쉴 때도 있는 법
오늘은 이만 휴전하고 당신의 쉼 터로 오세요.

조개껍질로 역은 종을 치며 까르르 웃던 당신의 아이는
옹알옹알 하며 그 애의 하루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며
오늘도 당신을 위해 향긋한 쟈스민 티를 끓이던
당신의 아내는 무거운 당신의 갑옷을 받아 줄 것입니다.

여기 당신의 집이 있습니다.
당신의 아내와 아이가
환히 웃으며
당신을 기다리는 집이.







*어제 새로 이사한 남편 회사에 갔다. 남편은 일을하면 일에 온 정신을 쏟기 때문에, 꼭 늦 바람 난 사람처럼
꼭두새벽에 나가고 늦게 들어오고. 다정한 말도 없고..그때 난 그를 이해 해주고 받아 주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토라져 버린다. 일이 다 끝 난 후, 남편은 왜 자기가 그랬는지 결과로 보여준다.
남편의 회사는 무럭무럭 자라간다. 그만큼 그의 어깨도 무거울 것 이다. 그렇지만 난 그것을 잘 모른다.
남편의 짐과 내 짐이 틀리기 때문이다.서로의 짐을 다 안 다고 생각하는데서 마찰이 오는 것 같다.
서로에게 공간을 허용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남편의 방에는 그동안 내가 보낸 작은 소품들을 정성스럽게 정리해 놓았다.
아! 그중 내가 제일 아끼는 이 시.
우리의 첫 째 슬기가 지금 막내 인기만 할때 쓴 시.
슬기가 6개월이 되면서 다니던 YWCA를 그만두고 난 전업주부의 길을 택했었다.
그때 이 시를 써서 남편에게 선물했다.
이 시를 읽으니 감회가 깊다.
가끔 부부싸움을 한 뒤,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하듯
다시한번 나의가정의 소중함을 느낀다.
오늘도 힘들게 일하는 남편에게 감사하며 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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