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찾으며

2003.02.08 12:24

조회 수:664 추천:63

아버지 장례식에 가려고
검은 옷을 찾는다.

어렸을 적부터
언니와 내게
손수 옷을 사 입히셨던 아버지.

나, 열 몇살 땐가.
어금니 아프다고 울면서
아버지 일하던 세탁소로 전화하자
딜리버리 도중 핫 핑크 미니스커트 사오셔서
이젠 안 아프지 하시던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그 핑크 미니를 입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장례식엔 꼭 가야하나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아버지가 끝가지 살아 계실 것 같아.

어제 관 속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
꼭 주무시는 것 같았어.

고통
여기저기 퍼지던 암 덩어리만 죽고
아버지만 다시 사시면 안될까.

절대 만지지 말라는
장의사 몰래
아버지 이마에 손을 얹어 보니

얼음보다도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부르짖으려다
그냥 아빠..아빠만
부르다가 왔지.

무엇을 입나
차라리
엄마 돌아가셨을 때처럼
소복을 입고
곡이나 실컷 해 봤으면

검은 옷은 왠지
슬픔을 억눌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

아버지 장례식에
무엇을 입나
나 망설이며
옷장 속에서
멍하니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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