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참사랑

2003.02.19 02:41

조회 수:792 추천:79

이 험한 세상에 그대의 남편이 되어 때로는
아버지 처럼 때로는 오빠처럼 그대를 감싸는 영원한
연인이 되어 주겠다는 남자와 결혼 하면서 여자는
지금보다 더 큰 로맨스를 꿈꾼다.
신혼여행에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간 여자는
결혼전에 남편에게 받은 사인 목록을 펴보이며 앞으로의
어떤 요일에 당신이 요리를 하겠냐고 물으니,
남편은 오히려 아내가 되게
웃긴다는 표정으로,
"에이, 결혼 했는데 이제 다 무효야."


결혼전에는 옷을 산다고 백화점에 하루종일 끌려
다녀도 싱글싱글 웃던 남자가 결혼하고선 삼십분만
지나도
"아직도 못 골랐어" 인상 쓰면서, 책장을 짜준다고 무슨
홈디포 같은데를 데리고 다니면서 "재밌지! 재밌지!"하길래
여자는 남자의 사랑이 식었는줄 알았다.
세월이 지나 이제 여자는 가끔 혼자 즐겁게 백화점 샤핑을
가고 한 때 목수가 되고 싶었던 남자는
이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는 아이들을 데리고
"재밌지! 재밌지!" 하면서
홈디포로 간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감성적인 것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글을 읽으면 여자의 감성은 더욱 뜨거워져
버린다
"죽음은 하나의 도전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지금 당장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여자는 갑자기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나 죽어도 당신 사랑하는거 알지."
그러면 그냥 부드럽게, "나도." 그러거나,
겸연쩍으면 그 쉬운 영어로,"미투(Me too!)."
하면 될것을 남자는 무뚝뚝하게, "지금 몇시야. 지금 미팅
중이야.
그것 때문에 전화 한거야. 바쁜 줄 뻔히 알면서."
그리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래도 여자는 상처를 입지 않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전화를 건다.
'사랑해!' 말만 하고 먼저 전화를 '똑' 끊어 버린다.


가끔 여자는 회사로 남편에게 사랑의 카드나 편지도
보낸다.
하루 이틀 그리고 삼일이 지나도 받았다는 소식이 없으면
답답해진 여자가 먼저 묻는다.
"받았다고 했잖아. 그래서 그 날 내가 더 세게 포옹
했잖아. 그걸 꼭 말로 해야하나"
세월이 지나 이제 남자가 때마다 아내에게 카드를 보내고
이제 카드나 편지를 보내지 않는 아내에게 화를 내며 말한다.
"이제 나 사랑도 안하지! 왜 편지도 안 보내"

여자는 가끔 이메일을 띄운다.
자기 컴푸터에 한글이 안뜨는 남자는 답답해서 전화를
한다.
"뭐라고 쓴거야?"
"어! 오늘 반찬 뭔지 알아 맞쳐 보라고?"
잔뜩 기대한 남편은 점심도 굶고 집에 일찍 간다.
아내는 오늘 부터 건강식이라고 삶은 두부 한모와
상추 몇 조각을 예쁜 접시에 내어준다.
그래서 이제 아내에게 읽지도 못하는 한글 이 메일이 오면
남편은 오늘 점심은 곰탕이나 감자탕으로 든든히 먹어야 겠다는
생각부터 한다.


결혼 전에는 꽃을 입에 까지 물고 와 바치던 남자는
'꽃 '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런 발렌타인때는 꽃값이 비싸니까 이제 꽃값이 내리면
사준다고 한다.
이제 꽃값이 내릴때가 안되었나 하면
남자는 오늘도 알아 보았는데 아직도 비싸다고 대답한다.
왜 여자가 꽃값을 모르겠는가.
왜 여자가 버지니아 울프가 쓴 소설속에 나오는
미세스 댈러웨이처럼 자신을 위해 꽃을 못 사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남편이 꽃을 사다 주기를 무던히 기다린다.



가끔 여자는 선물권과 체크를 혼동해서 '코스코' 같은데서
날아온 쿠폰을 얼른 뱅크 ATM에 넣고 공돈이 생긴 것처럼
캐쉬아웃을 해 써버리는데
나중에 은행에서 '이것은 체크가 아닙니다.' 하면서
되돌려 올때가 있다.
남자는 '이거 체크 아니냐!' 하면서 절망적인 한숨을
내쉬면서 아내와 오망졸망한 아이들을 보고
이 가정을 위해서는
자기가 오래사는 방법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라지로 가서 역기를 들며 체력을 키운다.
다음날 아내는 그 쿠폰을 쓰러 코스코로 신나게 달려간다.


T.V. 에서 보여주는 드라마를 함께 보면서
여자는 뜬금없이 묻는다.
"여자 텔렌트 중에 누가 제일 예뻐?"
언젠가 영화관에서 여자는 '톰 크루즈'가 멋있다고 해서
남자는 '킴 베이신저'라 했다가 여자가 토라지는 바람에
영화도 못보고 나올뻔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남자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한다.
"홍세미 아니면 김지미"
또 드라마속에 이렇게 저렇게 얽힌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유도 심문을 한다.
"사랑이 뭘까?"
"그게 뭔데?"남자는 되묻는 법을 터득했다.
"저 상황에서 남자는 왜 그러는걸까?"
어떤 대답이라도 꼬트리가 되는 줄 아는 남편은,
"작가에게 물어봐? 과일이나 줘! 비타민을 먹어야 오래 산데?" 하면서 여자의 그물에 말려들지 않는다.
여자는 과일을 깍으며 그래도 이 세상에서
자기에겐 남편처럼 멋있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른 새벽. 남자는 밤새 보채는 아이와 실갱이 하다 어린아이를 껴안고
겨우 잠든 아내를 본다.
정말 단 한번도 돈타령을 하지 않고
무슨일이 있어도 자신을 믿어준 아내.
선인장은 못키우고 몇번씩 죽여
아이는 잘 키우려나,
세상 물정은 눈꼽만큼도 모르고
자기만 알던 여자가
힘들다고 노래는 하면서도
동네 통반장을 다 하면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은 정말 고맙기만 하다.

자기가 잘못하면 연극배우처럼 눈물을 뚝뚝 흘려 무마하고
조그만 무관심하면 그느무'사랑 타령'에 사람 복장 터지게 해도
몰래 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자기성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예쁜 옷을 사다 걸어 놓을 줄 아는
여우같은 아내에게 가벼운 키스를 하고 힘찬 걸음으로
문밖을 나선다.

발렌타인.
그들은 365일이 발렌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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