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09.01.26 11:05
당신이 바다시라면
나는 햇살 쏟아지는 금빛 모래 위에
꿈꾸는 하얀 소라.
당신이 진초록 잔디밭이시라면
그 안에 곱게 수를 놓는
나는 작은 노란 종달꽃이며
당신이 밤하늘이시라면
나는 소박한 빛을 발하며
춤추는 작은 아기별이지요
당신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한 풀잎이시라면
나는 그 풀잎 끝에 매달려 노래하는
날개 없는 풀벌레.
당신이 우수에 찬 깊은 호수이시라면
그 안에서 숨쉬는
나는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이며
당신이 높은 겨울 산이라면
난 그 안에서 자라나는 한 그루 여린 상록수이지요
세월이 흘러
내 검은머리가
당신과 같은 허연 백발이 되어도
내 팽팽한 이마에
당신보다도 더 깊은
주름이 패여도
내 귀가 멀어져
당신의 음성조차
아득히 들려와도
난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의 철부지 일곱 살
귀여운 공주이며
당신은
영원히 영원히
늙지 않는 나의 왕,
나의 아버지시요.
나는 햇살 쏟아지는 금빛 모래 위에
꿈꾸는 하얀 소라.
당신이 진초록 잔디밭이시라면
그 안에 곱게 수를 놓는
나는 작은 노란 종달꽃이며
당신이 밤하늘이시라면
나는 소박한 빛을 발하며
춤추는 작은 아기별이지요
당신이 바람에 나풀거리는 연한 풀잎이시라면
나는 그 풀잎 끝에 매달려 노래하는
날개 없는 풀벌레.
당신이 우수에 찬 깊은 호수이시라면
그 안에서 숨쉬는
나는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이며
당신이 높은 겨울 산이라면
난 그 안에서 자라나는 한 그루 여린 상록수이지요
세월이 흘러
내 검은머리가
당신과 같은 허연 백발이 되어도
내 팽팽한 이마에
당신보다도 더 깊은
주름이 패여도
내 귀가 멀어져
당신의 음성조차
아득히 들려와도
난
당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당신의 철부지 일곱 살
귀여운 공주이며
당신은
영원히 영원히
늙지 않는 나의 왕,
나의 아버지시요.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 | 당신의 문 | 고현혜(타냐) | 2009.09.02 | 383 |
» | 아버지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79 |
43 | 미역국을 끓이며 | 고현혜(타냐) | 2009.09.02 | 376 |
42 | 자유여행 | 고현혜(타냐) | 2009.09.02 | 373 |
41 | 두 마리 애벌레 | 2003.02.08 | 372 | |
40 | 방황 | 2003.02.08 | 361 | |
39 | 아가를 만난 날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57 |
38 | 전업주부 시인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55 |
37 | 선택 | 고현혜(타냐) | 2007.10.02 | 354 |
36 | 절규 | 고현혜(타냐) | 2008.11.19 | 336 |
35 | 타냐고 시인의 오늘의 시 (그대들 사이에 바람을 놓아-칼릴 지브란) | 고현혜(타냐) | 2009.04.25 | 330 |
34 | 어머니의 길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22 |
33 | 배꼽을 닦으며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21 |
32 | [re] 나쁜 엄마 | 고현혜(타냐) | 2009.09.02 | 318 |
31 | 기억상실증 | 고현혜(타냐) | 2009.01.26 | 314 |
30 | 겨울비 | 고현혜(타냐) | 2008.11.27 | 310 |
29 | 놀이터 에서 | 2003.01.16 | 309 | |
28 | 타냐 고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산책 5월 26일의 시 | 고현혜(타냐) | 2009.05.29 | 303 |
27 | 오늘의 시 -집시의 발라드-L. 휴즈 | 고현혜(타냐) | 2009.04.25 | 296 |
26 | 블랙 홀 | 고현혜(타냐) | 2009.01.26 | 2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