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냐고 시인의 오늘의 시 (그대들 사이에 바람을 놓아-칼릴 지브란)

2009.04.25 16:37

고현혜(타냐) 조회 수:330 추천:41


그대들은 한순간에 만남을 이루고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을 흐트러뜨려 사라지게 할 때까지.
아, 그대들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십시오.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십시오.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마십시오.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마십시오.
서로 자기의 빵을 주되 어느 한편 의 빵만을 먹지는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를 홀로 있게 하십시오.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십시오.
허나 간직하지는 마십시오.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함께 서 있으십시오.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십시오.
사원의 기둥들을 보면 서로 떨어져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다는 것을 그대들은 알 것입니다.

참나무도,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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