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에

2009.09.02 16:24

고현혜(타냐) 조회 수:553 추천:95

슬픈 소녀의 눈망울처럼
우울한 어느 가을날
열정처럼 타오르던
사랑의 불씨도 꺼지고
갈증처럼 목타게 하는
불안한 기다림의 삶, 삶, 그리고 죽음.
모두 벗어버리고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다
저 깊은 가을 횟빛 하늘을 따라.

고장난 시계가 아그립바 상 옆에 걸린
낯선 Cafe에 앉아
바다를 보고싶다.
녹슨 창틀, 서리 가득 낀 창문을 통해
생의 절실한 내음이 풍기는 가을 바다를.

깊은 밤, 낡은 책상에
작은 램프불을 켜고
잊혀진 사랑처럼 아픈 시를 쓰고 싶다.

스스로 부서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면서...

먼동이 떠오를 때까지도 엮어지지 못한 싯귀는
서랍 깊숙이에 넣고
굵은 자물쇠로 채워야 한다.

이제는
내게 있는 이 모든 어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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