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 거리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2009.09.02 16:44

고현혜(타냐) 조회 수:585 추천:103

교통사고 난 동생(나) 쉬라고
왈가닥 개구장이 위에 두 아이들을
친정엄마 없는대신 친정엄마 노릇하는
언니가 데리고 갔습니다.

갓난아기 하나 데리고 있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셋을 키우자니
허우적 거립니다.

문득
아이 넷을 키우시느냐고 허우적거리던 엄마께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많이 났어. 나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지."
라고 암팡지게 말하자, 당황해 하던 엄마 모습이 생각 납니다.

나 잘났다고 펙펙 소리를 질러도
뒷정리를 해 주는 것은 언니입니다.

맨 날 싸우고 다시는 안 본 다고 해도
고개숙이고 져 주는 것도 언니입니다.

맨 날 징징 울면서 동생들 에게도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조르는 것도 접니다.

언니가 있고 동생들이 있어서
저는 마음이 푸근 합니다.

엄마가 살아 계시면
지저분하게 사형제를
낳아주신것을 감사할것입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면
더 지저분하게 오형제를
만들어 주신걸 용서해 드릴 것입니다.

우리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은 돌아 가셨지만
우리형제는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살아 가기를
기도 합니다.

제가 애 셋을 허우적 허우적 거리며
키우시는 것을 보시면서
하늘에서 어머니는 고소해 하시기보다
도아주시지 못해 안타까와 하시는 걸
압니다.

자주 자주 우리집을 돌아보는
두 마리의 새.
항상 안스러운 표정으로 제가 잘있나
살펴보고  가는 그 두 마리의 새가
엄마 아빠인걸 전 압니다.

일주일 만에 두 아이들을 데리러
언니집에 갔습니다.
막내동생을 본 아이들이
엄마인 저는 제치고, 아기에게
달려가 보고싶었다고 얼굴을 부비고
난리가 났습니다.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숨 돌릴 겨를 없이 허우적 거리면서도
세 아이를 낳은 건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

"엄마 밥 먹게 저리가서 놀으세요."
동생 밥 한끼 편히 먹게 하려고 교통정리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괜히 눈물이 핑 돕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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