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반 뮤직을 들으며

2009.09.02 16:48

고현혜(타냐) 조회 수:1063 추천:118

미리언니가 녹음해 보내준 큐반뮤직을 들으며 손톱 발톱을 바싹 자른다.
나의 욕망의 싹을 자르듯 냉혹하게 자르며 눈물이 조금 핑 돈다.
프랜치 네일을 하던 내 손톱...안녕.
페티큐어하던 내 발.. 안녕.
시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메뉴큐어를 칠한지 이틀만에 볏겨짐에도 불구하고,네일 샵에
앉아서 아이들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편치않음에도 불구하고 기를 쓰고 손톱 손질
발 손질을 한 이유는 뭐랄까..
금새 벗겨지는 네일을 보면서도..김치국물에 금새 물드는 손톱을 보면서도..
그래도 난 여자라는, 부지런한 여자라는 느낌을 갖고 싶었다면 너무 사치스러운 생각이였을까?
발 손질을 한 것은 엄마 때문이였다.
엄마의 굳어진 발꿈치를 보면 너무 흉해 가슴이 메어져서 난 이 다음엔 절대로 내딸 가슴이
아프지않게 빨리 빨리 군살을 없애야지 결심했섰다.
이유가 좀 그럴 듯 하지않나..
아뭏든, 내 마음을 아는지 내 발에 허연 군살이 베기면 내 따님께선 언제 보셨는지,
"엄마 발 할머니 발 같애"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난 만사를 제쳐놓고 발의 군살을 벗기로 갔었는데 이제 당분간 네일 샵 가는 일을
접어 두기로 한것이다.
아이 셋을 데리고..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잘 손질된 발톱과 손톱이 주는 행복은 이제 내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제 엄마처럼 나도 면 양말을 신고, 밤 마다 바시린으로 손을 비벼야 할 것이다.

"So What?"
지금 듣고 있는 큐반 뮤직 처럼 난 조금은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싶다.
미리언니 말에 의하면 카페 큐바나의 법칙(Cafe Cubana Rules)이 세가지라고 한다.
R1: Forget Work
R2: Forget Time
R3: Love Music

일을 잊고. 시간을 잊고. 음악을 사랑하기 좀더 자극적으로 말하면 음악에 빠지기..
사랑에 질펑질펑 빠지던 순간들...
사랑에, 음악에 목매던 순간들...
왜 우리는 그 예쁜 시간들을 잊어야하는 걸까?
왜 나는 나를 부인하며 살아가는 걸까?

갑자기 내가 누군가 생각해본다.
엄마
아내
학부형
이웃
아줌마?


얘 타냐야..너 음악 듣는 것 좋아 했잖니..
너 특이하게 옷 입는 것도 좋아하고..
빈 속에 진한 레드와인 한 잔 마시고 뜨거운 파스타 먹는 것 좋아 했잖니.
넋 놓고 바다를 바라보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며, 시 쓰는 것 좋아 했잖니..
잊어버리지마. 너를..

아 이 큐반뮤직 무지 독하네..
나를 자꾸 흔들어 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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