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도

2005.07.12 13:25

안경라 조회 수:688 추천:44

   이따금씩 아침 커피를 마시러 오시는 이웃 아주머니께서 사춘기가 빨리 오는 딸에 대해 걱정을 하고 계셨다.  성장과정중 가장 위험 하면서도 중요한 시기인 이 즈음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결같이 초 긴장의 상태를 보내게 되는데 이웃 아주머니도 예외는 아닌 모습이셨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사춘기'하면 나는 아직도 마음이 우울해지며 무거워짐을 느낀다.  깊은 염세주의에 빠져있었던 사춘기 시절,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그 끝으로까지 가고만 행동의 결과로 엄마의 가슴에 쓰린 못질을 하고 위장과 급성간염으로 고생을 할 때 엄마는 왜 그랬냐는 말 한마디도 없이 예전처럼 나를 대하시며 간호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희미하게 들리는 무슨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나의 머리맡에서 들리는 엄마의 기도소리였다.  부모의 마음을 많이 상하게 한 자책감 때문에 행동은 명랑 했지만 그러나 정작 마음의 문은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나의 영혼을 위해 아침마다 나의 머리맡에서 엄마는 기도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눈물의 기도를!
   몸과 마음이 깊이 병들어 있던 그때의 나를 위한 엄마의 기도가 없었다면 나는 어찌되었을까?  나의 굴곡심한 사춘기 시절을 너는 왜 이 모양 이냐며 다구치고, 윽박지르고, 엄한 벌을 주고 하는 것으로만 끝났다면 나는 지금 어떠한 사람이 되어있을까?  다른 엄마들처럼 많이 배우지 못하고 유식하지 못했더도 모든 어려운 문제들을 늘 기도로 해결하려고 애썼던 엄마의 신앙이 지금 한없이 자랑스럽다.
   여자는 시집을 가야 부모 마음을 알게되고 아기를 낳아 봐야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이 언제까지나 내게 현재진행형임은, 아이 둘을 키우면서 앞으로 부딪칠 많은 일들로 인해 그때마다, 나로 인해 많이 아팠을 엄마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며 엄마의 신앙을 따라 나도 기도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늘 애써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일보 '여성의 창'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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