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레드
2005.10.21 05:30
출근전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푸른 컵에 담겼던 흰 우유는
식탁위에 쓰러져 피 다 흘리고
막 구워낸 포송한 펜 케익
않 먹겠다는 막내의 선포에 서늘히 식고
막내, 너 이리와 봐!
문이 꽝 닫히고
울음소리, 나를 찾는 소리
그만 좀 해 다들!
식탁자리가 다시 배정되었다
막내 앞에 첫째
첫째 옆에 나
내 앞에 남편
남편 옆에 어머니
마주보며 싸우던 어린 얼굴들
갈라놓기 작전으로 다시 혼쭐을 내고
엊저녁 수요성경공부 주제였던
'내 중심에서 벗어나기'
다짐이 하룻밤새 여지없이 폭격당하는 아침
출근길 앞서 달리는 차 뒷바퀴에
자꾸만 치이는 다스리지 못한 마음,
햇살 따스히 내려와 주검을 치우고있다
그래도 다행이야
팔순 노인, 착한 어머니는 지금 출장 중이시니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 | 하늘이 보이는 창 | 안경라 | 2010.05.13 | 575 |
38 | 사랑은 동사다 | 안경라 | 2010.08.31 | 599 |
37 | 아무는 것들 | 안경라 | 2010.08.31 | 493 |
36 | 하나, 쓸쓸하고 단단한 | 안경라 | 2010.10.19 | 585 |
35 | 딱지 | 안경라 | 2010.11.12 | 575 |
34 | 뒤 | 안경라 | 2010.11.12 | 442 |
33 | 노송(老松) | 안경라 | 2011.03.05 | 390 |
32 | 바람꽃 | 안경라 | 2011.03.24 | 461 |
31 | 치통-白痴 - | 안경라 | 2011.06.10 | 420 |
30 | 치통-반성- | 안경라 | 2011.06.14 | 337 |
29 | 꽃의 로댕 | 안경라 | 2011.09.12 | 302 |
28 | 받침 하나 | 안경라 | 2011.09.12 | 513 |
27 | 초경 | 안경라 | 2011.09.18 | 343 |
26 | 겨울나무 | 안경라 | 2011.09.18 | 378 |
25 | 굿모닝, 하지복 집사님! | 안경라 | 2011.10.19 | 461 |
24 | 그냥 | 안경라 | 2012.02.20 | 203 |
23 | P 에게… | 안경라 | 2012.02.20 | 280 |
22 | 분만 | 안경라 | 2012.02.20 | 198 |
21 | 꽃을 피우는 일 | 안경라 | 2012.02.20 | 368 |
20 | 아녜스 수녀님에게 | 안경라 | 2012.02.20 | 3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