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2005.12.20 13:55
퇴근길 어두 컴컴한 길목에서
담장 밖으로 노랗게 불 밝힌 전구들,
레몬을 땄다
한 가지에 수북한 빛들
전선줄째 뚝 잘라 차에 들이니
향기가 빛에 실려 일직선이다
빈 좌석마다 채워지는 냄새의 무게
알갱이는 식탁 위 아보카도 옆에
단감 앞에 사과 밑에
둥그런 바구니에 식구 더 늘었다
스위치 턴 온된 레몬 상들리에는
이층침대 주인 큰애의 몫
감전된 듯 얼굴에 번지는 저 행복
오늘 밤 아무것도 새 나가지 않게
창문을 꼭꼭 닫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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