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2월, 애나하임 산

2006.02.11 10:25

안경라 조회 수:411 추천:23

적군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방둑 터지듯
빛의 출입구마저 무너지는 겨울 숲

비 없는 계절을 끝내 건너지 못한
어린 짐승들의 아늑했던 푸른 벽,
마주보며 살아온 마을도 어쩌지 못하는
큰 몸이 검은 연기로 포효하고 있다

어디로 피할거나
풀들은 나무들은 뛰놀던 생명들은.
총알도 아닌 것이 칼도 아닌 것이
착한 시민같은 저들을 공격하는
비무장 지대에서

어스름 저녁하늘에 길게 생긴 상여길
아무말 하지 마라
슬픔으로 빛을 접는 태양이
한 무더기 잿빛 영혼을 이끌고
지구 밖으로 떠나고 있을 때
불 타는 애나하임 산처럼
한 때 몸 비틀며 괴로와했던 아우야
네 둥지를 떠난 어린 새끼들
그러나 새 살로 다시 사는 너를 생각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 치와와 안경라 2009.03.16 421
78 치통-白痴 - 안경라 2011.06.10 420
77 이별노래 1 안경라 2005.08.24 420
76 원주일지-초승달- 안경라 2007.05.22 417
75 해바라기 안경라 2005.07.24 416
74 바람 5 안경라 2005.07.07 414
» 타는 2월, 애나하임 산 안경라 2006.02.11 411
72 이슬 안경라 2005.09.25 411
71 아름다운 아이 -J자매에게- 안경라 2009.03.18 407
70 안경라 2008.08.30 407
69 이름 안경라 2005.07.05 402
68 원주일지-어느날의 삽화- 안경라 2007.07.15 401
67 구름 안경라 2009.06.11 400
66 중이염 안경라 2007.04.17 400
65 바람 6 안경라 2005.07.14 399
64 원주일지-두번째 화요일- 안경라 2007.05.22 398
63 레몬 안경라 2005.12.20 398
62 코드 레드 안경라 2005.10.21 396
61 은혜 안경라 2012.05.24 393
60 코스모스 안경라 2006.08.13 39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6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