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1

2006.05.02 14:15

안경라 조회 수:348 추천:37

당신 머리맡에 놓인 조그만 화분은 나의 세상
그곳에서 깨어 있어야 할 시간과 잠들어야 할 시간이
이제 나에겐 따로 없어요

당신이 때 맞추어 푸른 살 젖지 않게
조심히 부어주던 물을
그저 물로만 생각했겠지만
당신의 손끝을 통하여 떨어진 맑은 물은
조그만 땅, 나의 대지에 떨어지는 순간
이미 물이 아닌 피로 큰 영양이 되었어요
나의 혈관을 따라 넉넉히 흐르는 사랑이었어요

오랜 적막속에서
조금씩 푸른살 찢어야하는 아픔을
내 영혼의 화려한 소생을 기다리는 당신이
모를리야 없었겠지만
세상따라 당신도 잠든 많은날 밤
홀로이어야 했던 고독을 이제 다 잊을 수 있겠어요

깊은 탄성으로 되돌릴
당신의 꽃에 대한 환희를 위해
푸른 내 머리위로 지금
분홍빛 화관이 씌워지고 있어요

당신의 머리맡, 바로 그 끝에서 시작되는
나의 세상에는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과
깨어 있어야 할 시간이 따로 없어요
나를 볼 수 없는
잠들어야 하는 세상의 깊은 밤
잠못드는 당신의 영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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