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향로봉-
2007.07.08 08:44
레돈도 서해바다 모래밭에 앉아
사십 넘어 고향찾아 올랐던
향로봉 바람길을 생각한다
해질 무렵 눈들을 감는 숲을 헤치고
어디선가 언뜻언뜻 그리움처럼 들리던
어치의 울음소리
바닥부터 이어지는 인연의 줄 끊지못해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욕심,
배낭 가득 짊어진 이름들이 무거워
몇 번 씩이나 걸음을 멈추었었다
멈출 수 없는 그대 생각은 걸음보다 빨라서
향로봉 꼭대기 바람으로 먼저 오르고
첫 사랑이듯 다시 오르는 길
온 몸 후끈도 하였어라
저녁 안개에 젖어 아득하게 출렁이는
치악의 푸른 젖 무덤들
다가가 입 맞추지 못하는 이만큼한 높이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입니다
현상을 초월한 선험적 의식은 더 깊은 곳에 있지요"
이카로스의 이름으로 아프던 그대의 말을 와풍속에 두고
바람바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노을 속 펠리칸 한 마리
아득하고 깊은 추억을 통과하고 있다
*이카로스(Ikaros):아버지와 함께 백랍으로 만든 날개로 날아 미궁(迷宮)을 빠져나와, 태양에 너무 접근했기 때문에 날개가 녹아 에게(Aege) 바다에 떨어졌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9 | 벚꽃 | 안경라 | 2009.02.03 | 519 |
38 | 녹차 | 안경라 | 2006.10.23 | 523 |
37 | 불면의 숲 | 안경라 | 2009.06.11 | 523 |
36 | 원주일지-듣고 싶었던 말- | 안경라 | 2007.09.07 | 526 |
35 | 무제 | 안경라 | 2009.06.11 | 530 |
» | 원주일지-향로봉- | 안경라 | 2007.07.08 | 532 |
33 | 그라지 세일 | 안경라 | 2008.11.18 | 535 |
32 | 새 | 안경라 | 2006.11.12 | 539 |
31 | 꿈 | 안경라 | 2005.06.23 | 544 |
30 | 적막(寂寞) | 안경라 | 2007.12.06 | 545 |
29 | 그리움 | 안경라 | 2006.10.02 | 567 |
28 | 원주일지 -겨울나무- | 안경라 | 2009.06.11 | 571 |
27 | 사과나무 | 안경라 | 2008.12.10 | 573 |
26 | 하늘이 보이는 창 | 안경라 | 2010.05.13 | 575 |
25 | 딱지 | 안경라 | 2010.11.12 | 575 |
24 | 하나, 쓸쓸하고 단단한 | 안경라 | 2010.10.19 | 585 |
23 | 그대, 고향 | 안경라 | 2009.06.11 | 592 |
22 | 사랑은 동사다 | 안경라 | 2010.08.31 | 599 |
21 | 유년을 비질한다 | 안경라 | 2010.02.22 | 604 |
20 | 봄바람 | 안경라 | 2009.06.11 | 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