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2007.08.11 11:27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을 지고 살다가
누군가의 방에 들어 섰을 때
다 식은 찻잔과
읽다만 시집과
무언가 긁적였던 노트와 연필이 보이면
나는 또 흔들린다
어느 산 중턱 힘겨운 걸을걸음 찍힌 자리
경계선마다 펄럭이는
꽃잎의 갈피를 넘기고 싶은 마음
침 바른 엄지와 검지가 된다
아주 사라질 수 없는 향기들
잎사귀에 흐르는 실핏줄처럼 보이지 않아도
거기 남아 있음으로 아름다운 인생
그리움을 눈물로 말하는 푸른노트 안에서
저마다의 암호를 불러대며 바람은 시간을 넘나들고
어디쯤 피어 있을 내 사랑 가파른 방 한 칸 안에도
나를 흔들던 것들이 널부러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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