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탕

2007.09.05 06:02

안경라 조회 수:510 추천:30

소식은 믿음이었다 오월에 갈 거라는, 믿음은 기다림이었다 오월에 만날 거라는, 허리굽은 엄마 살과의 한 달 삶 -이것도 가져갈래? 저것도 가져가고... 바리바리 싸주시는 틈속에 끼어왔던 고추장 저녁밥상 위 작은 종지기에 담겨있는 빨간 그 무엇 -이거 네가 한국에서 가져온 거야. 이걸 넣어 끓였어 엄마보다 십 년 더 사신 그 목소리 아직 곧은 등처럼 카랑하신 어머니 일 다니는 며느리 배 고플까봐 도착 시간에 맞춰 끓이시는 매운탕 원래 매운탕에는 온갖 것이 다 들어가는 법이다 그 중 눈물나게 하는 서너가지 마늘 생강 양파 고추 고추... 지워진 눈물 자국처럼 그 몸 다 없어진 고추 눈빛 살아서 입안에 얼얼한, 한때 고추처럼 강렬했던 당신의 생 숨죽인 것들 오늘저녁 한데 어우러져 다시 죽는다 자꾸만 끓어서 피어 오르는 그리움 -매운탕은 이렇게 눈물나게 매워야 제 맛인게야 눈물이 난다 내가 간다는 소식에 고추처럼 붉게 많은 날 잠 못 드셨을 엄마 가을하늘로 높이 떠 올랐을 그 마음 세월은 또 얼마나 그녀를 후려치며 지날까 살 다 건네준 단단한 생선뼈 아직 남비속에 있고 산다는 것이란 항시 뜨거워야 하는 것인듯 눈물나게 매워야 하는 것인듯 매운탕 끓이는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 품속 안경라 2006.10.02 490
98 그리움 안경라 2006.10.02 567
97 행복 안경라 2006.10.05 840
96 녹차 안경라 2006.10.23 523
95 안경라 2006.11.12 539
94 탁상달력 안경라 2007.01.04 461
93 보름달 안경라 2007.03.09 514
92 봄이 벌써 와 있었네 안경라 2007.03.13 371
91 흑장미 안경라 2007.04.02 342
90 자목련과 봄 안경라 2007.04.03 330
89 중이염 안경라 2007.04.17 400
88 원주일지-고향- 안경라 2007.05.22 358
87 원주일지-두번째 화요일- 안경라 2007.05.22 398
86 원주일지-곤드레밥- 안경라 2007.05.22 694
85 원주일지-민들레- 안경라 2007.05.22 429
84 원주일지-초승달- 안경라 2007.05.22 417
83 원주일지-향로봉- 안경라 2007.07.08 532
82 원주일지-부재- 안경라 2007.07.10 333
81 원주일지-귀향- 안경라 2007.07.15 429
80 원주일지-어느날의 삽화- 안경라 2007.07.15 40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3
어제:
1
전체:
6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