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듣고 싶었던 말-
2007.09.07 12:16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
듣지 못해서 기억 날 수 없는 말,
사랑한다 딸아
하얀 꽃비 머리에 흠뻑 맞으시며
언어를 버린 어버지의 혀, 그 혀 지금 살아 있어도
귀여운 나이를 건너 간 나에게 들려 주실 수 있을까
따스하고 부드러운 여섯자 그 말,
아버지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듯
나에게 들리지 않았던
사십을 넘어서 찾아 뵌 아버지,
흰머리 반은 어디가고
오른쪽 팔 다리 넘나들던 싱싱한 핏톨은 또 어디로 가고
내 청춘의 한 묶음 꽃 시들어 빈 손 방문에
얼른 알아보지 못한 당신의 핏기없는 노년이 안스러워
오라버니는 자꾸만 소주잔을 쥐어 드렸지
음푹 패인 아버지얼굴에 암호처럼 볼그스름히 번지던
듣고 싶었던 말,
사랑한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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