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008.02.13 08:30

안경라 조회 수:517 추천:30

성가연습을 하다가 이제 마지막입니다 라고 지휘자가 말하면 대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일어선다 마.지.막.- 그 끝으로 따라오는 열정과 아쉬움 처음 고향을 떠나기전 날 엄마, 오늘이 마지막 밤이예요 얘야,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거란다 바다의 나라를 지나 아득히 먼 곳까지 주시는 신호 산들의 무리를 넘어 휘휘 떠돌아가도 문득 보고싶은 당신 속으로 내가 갈 것임을 이미 아신걸까 마.지.막.- 그 끝으로 이어지는 까마득한 공간 숨 쉬고 빛나던 육백년 모든 혼들이 천축을 뚫고 떠난 날마다 탄탄히 끓어 오르던 정기의 씨앗들 산산히 분해되어 우주로 돌아간 '숭례문, 불꽃으로 사라지다' 한 줄 묘비병이 허공에 새겨진 견딜 수 없는 이월 십일 이천팔년, 오늘을 마지막이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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