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2008.02.13 08:30
성가연습을 하다가
이제 마지막입니다 라고 지휘자가 말하면
대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일어선다
마.지.막.-
그 끝으로 따라오는 열정과 아쉬움
처음 고향을 떠나기전 날
엄마, 오늘이 마지막 밤이예요
얘야,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거란다
바다의 나라를 지나
아득히 먼 곳까지 주시는 신호
산들의 무리를 넘어 휘휘 떠돌아가도
문득 보고싶은 당신 속으로
내가 갈 것임을 이미 아신걸까
마.지.막.-
그 끝으로 이어지는 까마득한 공간
숨 쉬고 빛나던 육백년 모든 혼들이 천축을 뚫고 떠난
날마다 탄탄히 끓어 오르던 정기의 씨앗들
산산히 분해되어 우주로 돌아간
'숭례문, 불꽃으로 사라지다'
한 줄 묘비병이 허공에 새겨진
견딜 수 없는
이월 십일 이천팔년, 오늘을 마지막이라 하자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9 | 통화 | 안경라 | 2008.10.24 | 501 |
98 | 그랜드캐년 | 안경라 | 2008.10.24 | 450 |
97 | 레몬.1 | 안경라 | 2008.09.25 | 465 |
96 | 가을나무 | 안경라 | 2008.09.24 | 493 |
95 | 길 | 안경라 | 2008.08.30 | 407 |
94 | 흔들리던 한 때 | 안경라 | 2008.08.30 | 361 |
93 | 팜스프링의 새벽 | 안경라 | 2008.08.23 | 430 |
92 | 사춘기 | 안경라 | 2008.08.23 | 323 |
» | 마지막 | 안경라 | 2008.02.13 | 517 |
90 | 적막(寂寞) | 안경라 | 2007.12.06 | 545 |
89 | 기역자 속에 숨어 있는 것 | 안경라 | 2008.02.11 | 503 |
88 | 자네를 기다리고 있는 시인이 있네 | 안경라 | 2007.12.06 | 606 |
87 | 가을편지 | 안경라 | 2007.10.09 | 631 |
86 | 바다가 꿈 꾸는 숲 | 안경라 | 2007.10.06 | 607 |
85 | 원주일지-듣고 싶었던 말- | 안경라 | 2007.09.07 | 526 |
84 | 매운탕 | 안경라 | 2007.09.05 | 510 |
83 | 흔적 | 안경라 | 2007.08.11 | 483 |
82 | 우리가 서로 | 안경라 | 2007.07.31 | 468 |
81 | 원주일지-어느날의 삽화- | 안경라 | 2007.07.15 | 401 |
80 | 원주일지-귀향- | 안경라 | 2007.07.15 | 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