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2009.06.11 13:44

안경라 조회 수:451 추천:34

적당한 때의 시간이 따로 있으랴만 이곳 초저녁이 분주히 일 할 그곳 시간이라 친다면 고향에서의 전화는 반가운게 아닐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화살되어 박히고 뜨거운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너는 실뱀처럼 가늘한 목소리로 나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하룻밤을 한달인양 지새운 후 배행기에 올랐다 고향으로 가는 하늘 길 비행기의 무중력처럼 가벼이 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끝없이 추락하던 한 마리 새 희망은 있는걸까 구름 위에서 희망처럼 깨끗한 구름을 시로 썼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미완성의 작품과 함께 오월의 바람을 타고 왔던 그 길로 다시. 실리콘침대에 누워 눈만 깜박이던 회색 미이라 같은 너를 본 순간 까맣게 타다남은 스물아홉의 욕망은 엉덩이 뼈 위 욕창으로 흐르고 가식의 살, 허물을 벗어도 자꾸만 붉은 색으로 변하는 고통 차라리 붕대를 모두 풀고 맨살로 누워라 그래, 차라리 검은 꽃잎 되어 나는 떠나 오고 너는 다시 '외인출입 절대금지'의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아무도 모르게 새 살 자라나고 있었던 것을 누가 알았으랴 네가 즐겨 받아먹던 방울토마토 같은 색깔의 희열로 다시 따스한 계절, 오늘 모처럼 찾은 부페식당에서 야채셀러드 접시위에 방울토마토 두 서넛 얹는다 이제는 괜찮은 너의 모습도 건강히 따라와 담긴다 조그만 야채 하나 입속에서 꽉 안심의 눈물로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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