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비질한다
2010.02.22 12:28
강아지와 뛰놀던 둘째가
학교 가고 난 후
바닥을 쓴다
햇볕과 그늘진 곳에서
빠진 강아지털이 쓰레받기에 모여든다
조그마한 것들 엉기고 성겨 옹기 종기
길게 한 번 쓰윽 비질할 때
쓸려오는 아무 것 없다면
얼마나 머쓱할까
햇살 털며 숨박꼭질하던 푸른 머리카락들
아지랑이 오르는 봄 들녘 가득
바람손 짓궂게 스쳐갈 때
잡혔다! 하며 일제히 까르르 쏠려가지 않는다면
문득 몽상의 흰 벽에 기대어 눈을 감을 때
눈썹망에 걸리어 나를 깨우는 그리움 없다면
수 없이 많은 날 꼭꼭 숨지 못한 그대가 오늘은
나에게 잡힌 아이의 짧은 머리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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