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을 비질한다

2010.02.22 12:28

안경라 조회 수:604 추천:47

강아지와 뛰놀던 둘째가 학교 가고 난 후 바닥을 쓴다 햇볕과 그늘진 곳에서 빠진 강아지털이 쓰레받기에 모여든다 조그마한 것들 엉기고 성겨 옹기 종기 길게 한 번 쓰윽 비질할 때 쓸려오는 아무 것 없다면 얼마나 머쓱할까 햇살 털며 숨박꼭질하던 푸른 머리카락들 아지랑이 오르는 봄 들녘 가득 바람손 짓궂게 스쳐갈 때 잡혔다! 하며 일제히 까르르 쏠려가지 않는다면 문득 몽상의 흰 벽에 기대어 눈을 감을 때 눈썹망에 걸리어 나를 깨우는 그리움 없다면 수 없이 많은 날 꼭꼭 숨지 못한 그대가 오늘은 나에게 잡힌 아이의 짧은 머리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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