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밥상
2010.02.22 12:43
출근 길 옆 외딴 집 뜰
감나무 하나 행인처럼 서 있네
그 길 날마다
낯 선 나무처럼 나 지나가네
스치며 서로 힐끗
어여 오너라...... 누군가를 부르는 나무의
몸짓 언어를 알 리 있으랴만
흔들리며 늘리는 제 삶의 방식으로
나무가 비축한 몇 톨의 양식을 보네
통통히 오르는 살, 며칠 빗물로 덧 칠하고
바람의 끈 가지에 걸어 힘껏 당겨도
하늘에 박힌 듯 그림처럼 걸려있는 감
한 잎 그늘 없는 곳에서
때 이른 더위로 하악 하악 홍시아씨 되네
따 먹어...?
달리다 멈칫하던 몇 번의 유혹도 다 사라질 즈음
서로 스친 것만으로도 인연이 되었던 걸까
맑은 날 아침 나무는
속 물컹 잘 쪄진 음식 한 상 차려 놓고
시계 분침처럼 그 길 또 지나가는 나를 세워
어여 오너라 부르던 가족을 소개하네
겨울을 건너 온 몇 마리 새,
젓가락 같은 부리로 조찬 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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