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밥상

2010.02.22 12:43

안경라 조회 수:777 추천:54

출근 길 옆 외딴 집 뜰 감나무 하나 행인처럼 서 있네 그 길 날마다 낯 선 나무처럼 나 지나가네 스치며 서로 힐끗 어여 오너라...... 누군가를 부르는 나무의 몸짓 언어를 알 리 있으랴만 흔들리며 늘리는 제 삶의 방식으로 나무가 비축한 몇 톨의 양식을 보네 통통히 오르는 살, 며칠 빗물로 덧 칠하고 바람의 끈 가지에 걸어 힘껏 당겨도 하늘에 박힌 듯 그림처럼 걸려있는 감 한 잎 그늘 없는 곳에서 때 이른 더위로 하악 하악 홍시아씨 되네 따 먹어...? 달리다 멈칫하던 몇 번의 유혹도 다 사라질 즈음 서로 스친 것만으로도 인연이 되었던 걸까 맑은 날 아침 나무는 속 물컹 잘 쪄진 음식 한 상 차려 놓고 시계 분침처럼 그 길 또 지나가는 나를 세워 어여 오너라 부르던 가족을 소개하네 겨울을 건너 온 몇 마리 새, 젓가락 같은 부리로 조찬 중이었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 위로 안경라 2019.02.01 76
158 한 걸음에 대한 명상 안경라 2019.02.01 79
157 수선화 안경라 2019.02.01 84
156 봄비 안경라 2019.03.22 132
155 분만 안경라 2012.02.20 198
154 그냥 안경라 2012.02.20 203
153 사과 안경라 2005.07.07 246
152 처럼 안경라 2012.02.20 258
151 안개비 안경라 2005.06.22 262
150 에벤에셀 안경라 2012.02.20 262
149 이것도 안경라 2012.02.20 266
148 버리시고 안경라 2012.02.20 268
147 P 에게… 안경라 2012.02.20 280
146 장마철 안경라 2005.06.22 282
145 어찌 할까요, 어머니 안경라 2005.06.22 282
144 급성간염 안경라 2005.07.07 285
143 연필 -아이에게- 안경라 2005.06.29 292
142 꼬마일지 안경라 2005.06.27 293
141 안경라 2012.04.10 299
140 바람 2 안경라 2005.06.27 301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64,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