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보이는 창
2010.05.13 13:02
창가 옆에서 죽은 풍경으로 있던
누우런 이파리에 가위를 댄다
몸을 숙여 저들을 보니
하늘에 파아란 보를 깔고 누워
생이 되지 못한 채 고요하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모든 기억과 행보를 지우고
시들은 위장을 칼에 맡긴 착한 자매
깜부기 같은 암 닦이지 않는
밥 그릇 하나 힘겹게 내 주고 있다
쌀바가지처럼 둥근 불빛 아래
낙화하는 뼈의 눈물, 피
속 쓰린 이민 삶이 소리없이 흐르고
혼미한 잠 사라진 백지 위에서
표절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생, 내 언어 안으로도
얼마나 예리한 칼 들어 왔었던가
건강한 시의 몸을 위해 쳐 내야 했던 가지들
햇살 잘 드는 부엌 창가
병든 잎 떨어져 나간 패랭이 꽃대 마디 마디
푸른 살 오르고 있다. 그녀의 몸 어딘가에도
하늘 환히 보이는 창 하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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